소소한 이야기/[책]이야기

[서평] 별도 없는 한밤에 / 스티븐 킹

_레반터 2016. 1. 28. 19:10


원래 스티븐 킹 광팬이긴 하지만 이 책은 제목이 맘에 들어 샀습니다.

(충동 구매도 이런 충동 구매가 있을련지 ㅎㅎㅎ)


별도 없는 한밤에... Full Dark No stars...

캬~! 한글 제목도 영문 제목도 참 맘에 듭니다.

별도 없는 한밤이라고 하면 무섭고 절망적이고 우울한... 이런 이미지를 떠올려야 하겠지만

전 깊은 밤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이고 몽환적이고.... 이런 이미지를 받았거든요.


하지만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제가 얼마나 헛다리 짚었는지를 깨닳았습니다.

(스티븐 킹 하면 공포물이 수식어처럼 따라오는데 이걸 깜빡 잊었었습니다;;;)

책 내용과 주제에 이처럼 어울리는 제목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한줄기 빛도 희망도 아무것도 없고 오직 죽음과 고통과 절망만이 남은 상황.

그야말로 어둠 속에 갇혀 아무것도 안보이는 상황.

정말이지 노답인 상황.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딱히 맛있진 않지만 나도 모르게 끊임없이 손이 가는 새우깡


『별도 없는 한밤에』는 네 편의 중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계』 이후 근 30년 만에 선보인

스티븐 킹의 세 번째 중편 소설집 이라고 합니다.



※ 여담 1.

많은 사람들이 스티븐 킹의 진수는 중편 소설에 있다라고들 합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이 책의 공통된 주제는 '응징'과 '복수'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할 행동과 그들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스티븐 킹 스스로도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독하다"라고 말합니다.

네 편 모두 그런건 아니었지만 분명 읽기 불편한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별도 없는 한밤에』를 쓰면서 나는 어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저지를지도 모르는 일, 또 그들이 선택할지도 모르는 행동 방식을 기록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등장인물들은 희망을 아예 잃어버린 사람들은 아니지만, 우리의 가장 간절한 희망조차도(그리고 우리가 동료 시민들에게, 또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하여 품고 있는 가장 간절한 소망조차도) 때로는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스티븐 킹 저자 후기 중


#1. 1922

1922년 대공황 시대의 어려움 속에서 한 농부가 아내를 죽입니다.

소설속에서든 현실속에서든 자주 일어나는 일이죠.

(초현실적이지만) 죽은 아내의 복수로 인해 주위의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어가며 하루하루 지옥으로 파멸해 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같은 살인 장면이라도 상황 설명과 묘사의 달인이 보여주게 되면 얼마나 잔인하고 리얼하고 피가 흥건하여 책을 덮고 싶게

만드는 불편한 고어물이되는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여기에 농장, 헛간, 쥐, 우물 등 스티븐 킹은 독자들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싫어하고 무서워하고 혐오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요즘 말로 필력 쩝니다.


#2. 빅 드라이버

여성 성폭행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시작부터 불편하지만 중반까지는 정말 손에 땀을 쥐며 읽었습니다.

결과가 궁굼해 앞장으로 넘겨 결과를 보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간신히 누르며 읽었습니다.

성폭행을 당하고 생과 사의 고비를 넘기는 과정을 여성의 입장에서 어찌나 잘 썼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때의 고통과 목을 죄여오는 죽음의 공포에 맞서 이성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 치며 피흘리며 싸우는 모습이

너무나 생생합니다.

흔한 주제지만 여성 피해자의 심리를 그 밑바닥까지 보여주는 필력에 다시 한번 감탄이 나옵니다.

예상 못한 엔딩이었는데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3. 공정한 거래

가장 짧았지만 가장 재미있었고 기발한 이야기 전개에 한순간에 읽었습니다.

친구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인해 가장 친한 친구의 끝없는 파멸을 원하고 또 그 과정을 즐기는 모습이 참 섬뜩합니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말처럼 인간이란 다들 어느정도는 위선의 탈을 쓰고 있는데 이를 대놓고 까발립니다.

하지만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이를 크게 불편하지 않고 적당히 위트 있게 보여줍니다.


#4. 행복한 결혼 생활

<굿 메리즈>라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작품이랍니다.

결혼27년 차의 부부라면 서로에 대해 완벽하게 다 알까요?

그 긴 시간을 함께 했다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완벽할까요?

흔한 설정과 큰 반전없는 이야기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신뢰와 관계가 얼마나 어렵고 때론 덧없는지를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한평생 알아온 상대방의 모습이 거짓이었고 하루하루 행복한 일상이 어느날 모든게 180도 뒤바뀌어 버린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다신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관계와 행복에서 불행으로 변해버린 일상을 과연 어떻게 하루하루 버텨야 할까요?

불행이 스멀스멀 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정말이지 필력 쩝니다.


※ 여담 2.

스티븐 킹의 소설은 극장용 영화와 텔레비전 극을 합쳐 70편이 넘게 영화화되어 원작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로서 기네스북에 올라있습니다.



이렇게 네 작품 모두 전 재밌게 봤습니다.

스티븐 킹은 정말 어마무시한 말빨의 작가입니다. ㅎㅎ

이야기의 흡입력은 정말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그리고 번역 역시 너무나 잘 되어 있습니다.


스티븐 킹은 평범하다면 참 평범한 소재와 아이디어를 갖고 한없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머리 복잡하게 먼가를 생각하고 비교하고 검토하고 이런저런거 다 필요없이 그냥 읽게 만듭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 이야기처럼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기묘한 이야기속으로 빠져듭니다.


이제 여러분도 한번 빠져보세요~~~



남자는 누구나 자기 안에 있는 다른 남자와 살아가게 마련이다.

자기가 모르는 낯선 남자, 즉 '음흉한 남자'말이다.

<1922>


미스터리 소설이나 호러 영화에선 한눈을 팔다가 이렇게 되진 않아.

미리 짜 둔 계획인 거지. 정확히 말하면, '함정'이지.

<빅 드라이버>


"톰 구드휴를 미워하는 것 같아요."

"그 사람하고는 어떤 사인데?" 엘비드의 물음에 스트리터는 한숨을 쉬었다.

"제일 친한 불알친구요."

<공정한 거래>


사람은 누구나 하늘 위에, 그것도 저 높은 하늘 위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엉뚱한 곳으로 한 발짝만 내딛어도 추락하는 것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