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책]이야기

[서평] 폴라리스 랩소디 / 이영도

_레반터 2015. 1. 26. 19:28


이영도씨의 작품 중 최고를 고르라고 하면 전 (아직『피를 마시는 새』를 안 읽었기에)눈물을 마시는 새라 말합니다.

하지만 가장 재미있게 본 책을 고르라고 하면『폴라리스 랩소디』(이하 폴랩) 입니다.

폴라는그 어떤 책보다도 미친듯이 몰입해서 식음을 전폐하고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 작품입니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광란의 질풍 노도의 시기. 그리고 그 끝의 허무함’

 

앞선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이영도씨는 호불호가 극과극으로 갈리는 작가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만든 일등공신 작품이 바로 이 폴랩입니다.

 

먼저 폴랩은 재밌습니다.

저처럼 이영도씨 작품 중 폴랩을 최고로 치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판타지 소설에서도 꽤 드문(거의 없는?) 해적들의 해상 전투를 시작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됩니다.

 

그 뒤 이야기는 여느 판타지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당대 최고의 해적과 멋진 해적선들, 그들을 이끄는 7인의 개성 만점의 선장들, 매력만점의 공주님과 그의 노예,

그들을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는 대악당, 드래곤와 마법, 종교와 철학, 피 튀는 전장, 유머와 재치, 전설의 무기,

세계를 지배하는 신들의 선택 등 꽤나 많이 익숙한 소재들입니다. 

작은 이야기의 시작에 살과 살이 붙어 7권 분량의 거대한 광시곡(랩소디)을 완성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흡입력이 있는 작품인지 정말 질풍노도의 속도로 읽게 됩니다.

 

이렇게 판타지라면 크게 새로울 것도 없는 뻔한 재료들을 가지고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근데 이영도씨가 이야기를 풀면 재밌습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남들에게 전달하거나 이야기 할 때 유독 재미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지 않나요?

반대로 유독 재미없는 사람도 있고요. (제 얘기군요 OTL)

 

이영도씨는 전자입니다.

자타공인 이야기꾼이지요.

호불호가 갈리면서도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칭송 받는 건 그만큼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근데 이런 작품이 왜 이렇게 호불호가 극과 극으로 갈리느냐 하면 바로 엔딩때문입니다.

저도 이토록 강렬하게 뒤통수를 맞은 작품은 첨이군요. ㅎㅎㅎ;;;;;

제가 가장 싫어하는 엔딩이 바로 '독자님들 상상에 맡기겠어요~ 이만 빠빠이~' 식의 열린 결말입니다.

근데 폴랩은 열린 결말을 넘어도 너무 멀리 넘어갔다죠.

 

엔딩 때문에 말도 많은 작품이지만 그 외에는 딱히 흠 잡을 데가 없습니다.

실제로 존재할 거 같은 (허구의) 세계에서 실제로 존재할 거 같은 (허구의) 세계관을 가지고 실제로 존재할 거 같은

(허구의) 캐릭터들이 실제로 존재할 거 같은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폴랩의 가장 큰 매력은 (매 작품마다 그렇지만)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입니다.

누가 폴랩의 주인공은 누구에요?라고 물어본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다 주인공입니다.

(비중의 차이는 있지만) 주연 조연이 따로 없습니다.

그러니 7권 내내 독자들이 사랑하고 정을 주었던 주인공들의 엔딩이 그토록 어이없이 처리되니 이리 많이 욕을 먹는 거겠죠. (...정말 이건 쉴드 쳐줄 수가 없네요.)


 

※ 여담 1.

전 패스파인더로 나오는 데스필드 캐릭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2인칭이든 3인칭이든 전부 '당신'이라 일관하는 화법을 쓰는 재미난 캐릭터라지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데스필드가 파킨스 신부에게 라오코네스에 대해 말하는 장면입니다.)

 

"라오코네스 당신 말이오. 어떤 당신이 거기 들어가는 것을 라오코네스 당신이 싫어한다면, 당신은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그만이었을 거요. 거기 들어가고 싶어하는 당신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당신은 일부러 이곳까지 날아와서는 법황 

당신에게 말했소.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 아닐까요? 그리고 당신은 다른 당신이 아닌 바로 당신이

거기 들어가는 것을 막고 싶어서 당신에게 그렇게 말한 것 아닐까요?"

 

참 신선했습니다. ㅋㅋㅋ


 

폴랩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읽으신 분이라면 십중팔구 책 마지막 장 엔딩을 보고

'? 설마 이게 끝???? 8권이 있었나???' 이러셨을 겁니다.

정말이지 '유주얼 서스펙트''식스 센스' 반전 뺨 치는 반전이라면 반전. (이게 끝이야??)

매트릭스2 끝나고 to be continued 대신 the end가 뜬 거 같은 기분. (이게 정말 끝이냐구???)

 

여기에 폴랩 역시 주제의식이(자유와 복수) 단순하지가 않고 이영도씨 특유의 불친절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인지라

1번 읽고 다 이해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페인제국, 그 주변 국들의 서로간의 이해관계와 전쟁, 신생국 폴라리스, 전설속의 지명과 장소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다 독자가 알아서 상상하며 읽어야 합니다.

그 흔한 지도 한 장 안 그려준답니까......=_=

 


※ 여담 2.

후에 나온 한정 양장본에는(1분만에 매진) 80개의 일러스트와 지도가 들어가 있습니다만, 지금도 중고가격이 40만원을

(2011년 나왔을 시 7만원) 넘는 초레어템 인지라 살아생전 구경이나 해볼 수 있을까요? ㅎㅎ

 

 

2번 정도 정독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면 폴랩 엔딩이

그리 허무맹랑 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겁니다.

하지만 매번 독자가 이렇게 머리 아프게 추가 검색 등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는 건 역시나 불편합니다.

딱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이야기 끝~!인 방식은 나름 많은 고민과 생각과 상상을 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저처럼 머리 나쁜 사람에겐 어렵단 말입니다. .

이영도씨가 좀 더 친절한 이야기꾼이 되었으면 바래봅니다만, 그러면 또 지금의 매력이 사라질까요?


 

※ 여담 3.

저처럼 한번에 다 이해 못 하셨을 분들을 위해 아래 링크들 몇 개 걸어놓습니다.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장담합니다 ㅎㅎㅎ

 

1.폴랩이 전체적으로 이해가 안 가시는 분은 -> 여기 (네이버 지식인)

2.판데모니엄의 일곱 하이마스터와 그들의 선택 -> 여기 (네이버 지식인)

3.오스발은 대체 누구? -> 여기 (엔하위키 미러)

4.오스발 관련 이런저런 질문 ->여기 (네이버 지식인)

 

 

자자, 잡설은 이만 줄이고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리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정말 재밌거든요~ :)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거룩하신 주님의 영광에 의지하여)"



[세트] 폴라리스 랩소디 (전8권)

저자
이영도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13-10-30 출간
카테고리
[세트] 폴라리스 랩소디 (전8권)
책소개
하나의 전설을 둘러싸고 각국간에 전운이 감돌고 이계(異界) 판데...
가격비교